수락산, 2003/05/18, 촐싹둥이의 수락산 후기
모임장소가 가까워 오늘도 한껏 여유를 부렸음데도...15분이나 일찍 도착했네요.
인천서 오신 은희누님 일행, 성남사는 현주는 벌써 도착해서 토스트 주위를 맴돌고 있더군요.
커피 한 잔 뽑아들고, 약간의 대화와 함께 속속 도착하는 님들을 기다리며 가벼운 몸풀기 시간도 가져봅니다.
그래요 언제나 그렇듯 산친구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약속시간을 딱~ 30분 넘겨서 출발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친목도모의 시간과 인내심 함양을 도와주는 님이 있어, 언제나 허겁지겁 산행을 시작하지 않아도 되므로 참~ 좋은 듯 합니다.
열다섯 분이 모였고, 덕이도 사탕 보따리가 언제쯤 풀릴 것인지, 작은 설렘을 안고 흑기사 본연의 자리에서 쫄래 쫄래 산오름을 시작합니다. 덕에겐 오늘 산행이 5월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터인데 거의 매주 산을 누볐던 행복한 시절이 참으로 그립더군요. 약간 우중충한데다 처음엔 바람 한 점 없던 날씨가 쪼매 안타깝다는 소리도 들려왔지만...
산에서만은 모든 것이 좋아~~ 좋아~~ 외쳐온 덕에게는, 이 또한 산행하기에 최적의 날씨라며 마음을 달래었지요. 비탈길을 오르니 내공맨의 등어리에도 어김없이 식은땀이 흘렀지만, 능선에 올라서니 역시나 시원한 산바람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합니다.
기다렸던 점심시간. 산친구 공식 점심 밥상을 다른 팀에게 선점당하긴 했지만,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나눠먹는 점심은 역시나 꿀맛 자체였답니다. 혜순님이 정성껏 준비해온 쌈밥과 불고기, 싱그러운 풋고추를 쌈짱에 폭~~ 찍어 아삭아삭 씹어 먹을 때의 행복함이란~ 후환이 두렵지도 않았던지 은애님이 담궈온(?) 칡+대추 술이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져 아쉬웠는데...술기운을 머금은 칡이라도 건질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만찬이 끝나자 모두들 자연스럽게 공연 관람 모드로 전환. 은희누님의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최호석 형님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사를 잘 몰라 메모해 왔다던 형님...다들 별 기대 안 했을텐데...웬걸요...차분하고 박력있게 뽑아올리는 형님의 노래솜씨에 저마저 감탄을 금치 못하였고 간만에 앵콜이란 단어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준비철저...기본이 바로선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더군요^^;
이어서 두 달간 은희누님이 보관해온 사탕 전달식. 조촐했지만 성능은 강력했으며,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누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지요...감사^^
배도 부르고, 즐거운 공연관람에 업~ 된 분위기를 모아 모아 오랜만에 홈통바위 만나러 출발. 홈통바위 앞에선 여지없이 들려오던 '옴마야~~~!' 소리 한 번 듣지 못한걸 보면 역시나 산친구의 내공수준이 높아진 덕분일까요?
산친구와 함께 내공을 닦은지 어언 3년 5개월. 처음 2년 정도는 그래두 님들의 의지와 상관없이도, 꼴찌 흑기사 주변엔 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님들이 있었는데...요즘엔 새내기 님들도 어찌나 기본 내공이 뛰어나신지, 미처 흑기사가 내공 끌어올릴 틈조차 주질 않더군요.
하산길...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잠시 명상의 시간도 가지며 뒷풀이 장소도 회장님께서 콕~ 찝어 정해주셨기에, 발걸음도 가볍게 석계역에 있는 '천하갈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동안 금주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던 떡~ 이었기에 오늘은 준호형님 옆자리에 용감히 자리잡고 앉았는데...'형 놀아줘~~~~' 외치고 싶었던 떡~ 은, 소주 한 잔을 마시자마자 내공이 급속하게 요동치며 '몸 보호하기' 작전짜느라 또 한 번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역시나 내공수련중인 덕에게는 소주는 잘 어울리지 않는가 봅니다. (정성껏 담근 전통술 등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듯한데..^^;)
2차로 자리한 이화주막에서 요구르트 소주, 오이 소주와 함께 푸짐한 안주를 먹으며 각자 못다한 얘기를 나누는 도중. 호석 형님이 3차를 쏘시겠다며 회장님을 부르셨다. 이게 웬 떡이나 싶어 속으로 쾌재를 불르고 싶었으나, 떡~ 은 내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는지라... 암튼 호석 형님 사주신 요구르트 소주 잘 마셨구요~ 오랜만에 만났던 님들도 언제나처럼 반가웠습니다.
술도 별로 취하지 않았음데도 어제 하루...마치 꿈을 꾼 듯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고, 대낮부터 어디서 그런 무지한(?) 용기가 났었는지 촐싹댔었던 떡~ 덕분에 눈쌀찌푸린 님들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너그러이 용서를 비옵니다.
* 산행코스 : 당고개역-샘터-철탑-도솔봉-수락산정상-608봉-홈통바위-석림사-장암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