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시산제, 2001/01/07, 기쁨과 슬픔
모든 것이 완벽하였습니다.
산행끝나고 집에 오기전까진...
집앞 골목길이 온통 하얬습니다.
부슬 부슬 내리는 눈을 맞으며 신촌에 도착했지만
계속 쏟아지는 눈 덕분에 마니산대신 북한산을 올랐습니다.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산친구 발자국따라 마냥 걷는데
겨우내 초라하게만 보이던 나무들이 오늘따라 너무 이쁘게 보였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눈보라 속에서도 바람 한 점 불지않아 더없이 좋았었지요.
그러나 하늘님은 역시 공평하시더군요.
대동문이 꼭꼭 닫혀있었던 이유를 미처 생각할틈도 없이
세찬 눈보라를 피하여 능선 아래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에 눈보라를 등에 업고 강행된 시산제.
작년 산행을 무사히 끝마치게 해 주신 하늘님께 감사드리고
올해에도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을 끝마칠 수 있도록 다함께 빌었습니다.
세찬 눈보라를 뚫고 무리한 산행을 계속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진달래 능선쪽으로 하산하기로 결정.
점심 먹는것도 포기하고 부랴부랴 발길을 돌렸는데
내려오는 길은 이상하리만치 포근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탐스럽고 복슬복슬한 눈은 난생 처음이었는지라
만지고 엎어지고 행여 없어질새라 느릿 느릿 걸었습니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었습니다.
오늘 사진기 가져온걸 이렇게 뿌듯하게 느낀적도 없었습니다.
.
.
.
그런데...
이기 무슨 날벼락입니까?
사진기를 열어 보니 그놈이 없었습니다.
오, 신이시여! 덕이에게 어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지난번 넣어두었던 그놈이 틀림없이 있으리라 믿었던 덕이가 너무 밉습니다.
그놈이 없어도 훌륭한 사진을 잘 찍어 주었던
또 다른 놈이 무척이나 그리운 밤이군요.
오늘 덕이 앞에서 그림같은 포즈를 취해주셨던
많은 산친구님들께 머리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산행코스 : 아카데미하우스-대동문-진달래능선-우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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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님과 하느님의 합작품...축복의 눈~
폭설 내린다고 발길 돌렸다면, 평생의 추억 하나를 잃었을텐데...정말 다행입니다~
세찬 눈보라 속에서 경건하게 치러진 시산제
산친구 만세~
이순간 만큼은 모두들 동심으로~~~
마을 뒷산이라도 꾸준히 다니다보면...언젠가는 이런 행운이 온답니다~
백설에 뒤덮인 고요한 산사~